집안 구석에 놓인 얇은 전화선을 보면 '이거 정말 전기가 통할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220V 전기선과 달리 가느다란 외관 때문에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 전화선 속에도 전기의 흐름은 존재합니다. 다만 그 양과 특성이 일반 전선과는 완전히 다르죠.
전화선의 전압 레벨: 놀라울 정도로 낮지만 존재는 해
전화회선은 기본적으로 48V DC(직류)의 전압을 유지합니다. 이는 AA 건전지 4개를 직렬로 연결한 수준(1.5V × 4 = 6V)보다 훨씬 높지만, 인체에 느껴지기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전압입니다. 통화 중에는 전압이 6-12V로 떨어지는데, 이는 스마트폰 충전기의 5V 출력보다 약간 높은 정도입니다.
그러나 전화벨이 울릴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90V AC(교류)가 20Hz 주파수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데, 이 순간 전류는 최대 30mA까지 올라갑니다. 이는 인체가 전류를 감지하기 시작하는 0.5mA의 60배지만, 위험 수준인 50mA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위험 시나리오: 언제 정말 조심해야 할까?
- 빗물에 젖은 실외 전화선: 절연체가 손상된 상태에서 비가 올 경우, 90V AC가 물기를 통해 전도될 수 있습니다.
- 번개 유도 전압: 낙뢰 시 주변 전화선에 1,000V 이상의 순간 전압이 유도될 수 있지만, 이는 1/1000초 미만으로 지속됩니다.
- 교환기 고장: 전화국 장비 오작동 시 130V DC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보고되지만, 현대 디지털 교환기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실제 사고 사례를 보면, 2022년 미국에서 전화선 감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0건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위험성은 극히 낮습니다.
현대 기술의 변화: VoIP가 바꾼 전화선의 본질
인터넷 전화(VoIP) 보급으로 기존 유선 전화 사용량이 80% 감소했습니다. VoIP는 이더넷 케이블을 사용하며, 여기서 흐르는 전압은 48V PoE(Power over Ethernet) 표준을 따릅니다. 이 기술은 데이터와 전력을 동시에 전송하지만, 350mA 이하로 전류를 제한해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5G 시대가 본격화되면 유선 전화는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입니다. 이미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60억 명을 넘어섰고, 유선 전화 가입자는 매년 15%씩 감소하고 있죠.
궁금증 해결: 전화선으로 LED 불도 켤 수 있다?
48V DC 전압을 활용해 소형 LED를 점등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합니다. 100Ω 저항기를 직렬로 연결하면 약 4.8mA의 전류가 흐르며, 이는 일반 LED의 동작 전류(10-20mA)보다 낮지만 어두운 환경에서는 빛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전화국의 전원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이므로 절대 따라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 알고 나면 더 안전한 전화선 사용법
전화선에 전기가 흐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위험성은 도시 전깃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입니다. 옛날 유선 전화 시대에는 감전 사고가 간혹 보고되기도 했지만, 디지털 교환기 보급 이후로는 그런 사례가 극히 드뭅니다. 다만 오래된 아파트나 습기 많은 환경에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에 전화기를 보며 그 뒤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생각해본다면, 일상 속 작은 호기심이 과학적 상식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